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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의 아틀리에에서는일상이 더 아름다워지는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 책에는 꽃을 좋아하던 꼬마가 ‘꽃집 할머니’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어가는 인생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이 책을 쓴 저자 정주희는 우리나라에서 ‘플로리스트’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 파리로 훌쩍 떠나 카트린 뮐러에게 프렌치 스타일의 꽃을 배웠다. 지금은 프렌치 스타일 하면 카트린 뮐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프렌치 스타일이 무엇인지, 영국 스타일이 무엇인지 구별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렇게 파리에서 일 년을 보내며 꽃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흡수하겠다는 진지한 열의를 불태우며 프렌치 스타일을 눈으로, 몸으로 익혔다. 유학을 떠나던 당시 이미 플로리스트였던 그녀에겐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영감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스승이었다.서울로 돌아와 ‘보떼봉떼’라는 플라워 아틀리에를 열고, 프렌치 스타일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클래스를 시작했다. 어느덧 플로리스트로서 23년차. 보떼봉떼는 플로리스트 지망생들과 현직 플로리스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아틀리에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 ‘보떼봉떼’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프렌치 스타일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플로리스트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꽃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곁들여 출간한 첫 책 『꼼 데 플레르』를 출간한 지 12년. 그 후 긴 세월 동안 쌓인 이야기들과 더욱 깊어진 인생 이야기들을 더해 새롭게 꾸민 에세이 『꽃처럼』이 탄생했다. 출간 당시 많은 사랑을 받은 『꼼 데 플레르』를 읽은 독자들에게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화해온 보떼봉떼의 이야기를 읽는 반가움을, 처음 이 책으로 보떼봉떼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는 플로리스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특히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이야기들에 가슴이 뭉클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렌치 스타일을 대표하는 이름 ‘보떼봉떼’내 인생도 ‘꽃처럼’ 흘러가길
이른 새벽 꽃시장에 다녀와 그날 산 꽃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물을 올리는 일로 시작되는 플로리스트의 하루. 그녀의 아틀리에에서는 플로리스트를 꿈꾸거나 마냥 꽃을 좋아하는 이들이 꽃을 배우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꽃다발과 센터피스가 만들어지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놓는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하루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장미 백 송이를 주문했으나 결국 그녀에게 차였다며 풀이 죽어 오는 청년도 있고, 몇 년간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지내다가 아버지에게 화해를 청하고자 꽃을 주문하는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출장에서 돌아오는 애인의 책상으로 웰컴 센터피스를 주문하는 근사한 여성도 있고, 여자친구의 생일에 줄 꽃다발을 주문하면서 그녀의 어머니에게는 그 두 배쯤 되는 플라워 바스켓을 보내는 멋진 남성도 있다. 꽃을 주문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고, 이들은 꽃을 준비해주는 플로리스트에게 스스럼없이 마음을 터놓는다.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이들의 마음속엔 사랑과 고마움, 축하,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저자는 꽃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힘이 나고, 꽃이 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며, 꽃을 주문한 이에게 “선물 받은 친구가 행복해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몸이 힘든 것쯤은 까마득히 잊을 만큼 행복해진다.
플로리스트의 ‘꽃처럼’ 아름다운 일과 인생
이 책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플로리스트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 파리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한 바로 그날의 일이다.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더 늦기 전에 유학을 가는 게 어때?”, “이왕이면 파리에 가서 그 선배 동생 H군과 연애도 하고!” 선배와 나눈 그날의 대화는 마치 주문처럼 모두 현실이 되었다. 바로 다음 날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그다음 날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통보했으며, 한 달하고 보름쯤 후에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인생에서 제법 큰일치고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마음의 준비는 2년 전부터, 그날을 위해 프랑스어를 배우러 다닌 건 8개월 전부터였다.그렇게 떠난 파리에서 ‘프렌치 스타일’을 배우고 익혔으며, 당시 사진을 공부하고 있던 H군과 파리의 꽃집을 순례하며 사랑을 키웠다. 그녀가 덧붙인 한마디가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미리 준비하고 있는 이에게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 하지만 그 말의 숨은 뜻은 원하는 방향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 날엔가 원하던 그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게 아닐까. 마음이 먼저 도착해서 내가 나를 기다려주는 건 아닐까. 인생에는 지도가 없으니 조금 헤맬 수도 있지만 진심이 강하면 언젠가는 다다르게 되는 거다. 운이 좋으면 도움의 손길이 뻗쳐 올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잡아도 된다. 그 손길을 헛되게 하지만 않는다면.” (159쪽)서울로 돌아와 플라워 아틀리에를 열고 진정한 플로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 역시,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찬란하게 꽃피었다가 금방 사그라드는 꽃의 일생을 예전처럼 서글퍼하지 않는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보며 근심 걱정을 다 내려놓는 이들이 있으니, 바꿔 생각하면 참으로 가치 있는 일생”이라는 깨달음에 이른 것이다.이 책은 마치 향기로운 아틀리에에서 들려주는 것 같은 꽃과 인생 이야기가 색다른 통찰을 주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꽃향기가 나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저자가 보여주는 꽃들은 절정의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책의 말미에는 ‘플라워 인덱스’를 덧붙여, 책에 등장하는 꽃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주어 꽃을 더욱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를 선사한다.
꼼 데 플로르 꽃처럼, 정주희